백성훈
▲백성훈 목사.
"정서가 무너진 시대에서 살아가는, 그러나 찬양해야 하는 청년들"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가 2010년부터 50만명선이 무너져, 지난 2017년 6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 60만명은 병원을 실제 찾은 환자만 집계한 것으로, 숨겨진 환자까지 합하면 약 12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20대와 30대에서 가장 큰 폭으로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은 1위이지만, 우울증 약 복용률은 꼴찌다. 우울증 외에도 다양한 정신적 질병과 더불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정서적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더욱 많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생각해 보면 많은 예배자들, 특히 청년들도 이런 정서적 불안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감성의 민감함이 더해져, 정서불안이 여러 형태로 더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또 과거의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았거나, 현재의 다툼으로 감정이 무너져 있을 때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일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교회에 대한 불신과 공동체 리더에 대한 불신, 오랜 봉사에 지쳐 공동체를 떠나는 등 교회에서 발생되는 일반적인 사례까지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이런 상황에서 계속되는 취업난과 노력만으로는 해결할수 없는 불합리한 사회 구조는 이 시대 청년 예배자들이 더더욱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문제는 한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이고 우리의 현실이며, 함께 도와주고 해결해 가야하는 시대적 문제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예배 시간의 찬양은 청년들에게 맡겨졌다. 대부분 교회는 예배에 청년 찬양팀을 세웠고 대부분의 예배팀이 청년들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회는 이런 청년들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특별히 예배 음악으로 찬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필자는 이 문제가 지금도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욱 큰 문제로 드러날 것을 확신한다. 곧 공동체에서 관계과 소통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그랬듯 늘 개인의 신앙과 태도 탓으로만 돌리거나 배우지 못한 무지와 무능으로 치부한다면 공동체는 계속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청년들은 교회를 계속 떠나가고, 예배팀은 돈을 주고 교회 밖에서 뮤지션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많은 교회가, 특히 청년부가 무너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대부분 청년들이 어리고 철이 없거나 신앙이 연약해서 부흥하지 못한다고 분석하고, 반대로 사단의 공격이라는 '영적 문제'로만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실제 아무런 대안이 되지 못하고, 청년들은 여전히 교회를 떠나고 있다.

이제는 문제 해결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청년들로 구성된 예배팀이 찬양 자체에 집중하도록 교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교회의 일꾼으로 1인 3사역, 4사역 등의 많은 일들을 감당하며 봉사하는데 교회의 생활을 할애하도록 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들이 예배 시간에 집중하도록, 다시 복음을 들고 일어나기 위하여 찬양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들은 위로가 필요하고, 어른들의 어깨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 예배팀과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음악적 소통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정서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배려가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개인의 신앙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 교회가 품고 안아 주어야 한다.

그 방법들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찬양하는 수고를 칭찬하고 감사해하며, 어른들이 돌아가며 밥을 사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정기적으로 담임목사님과 만나 소통하며, 정서와 관계를 돌보아줄 디렉터를 파송해야 한다.

이런 교회들의 도움이 청년 공동체로 확장된다면 청년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올 것이다. 왜냐하면 위로와 회복이 있기 때문이다. 예배팀이 살아나길 바란다면, 청년들이 살아나길 바란다면 교회 안에 가둬진 아들 딸 같은 동네 아이들로 대하지 말고,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며 위로와 회복이 필요한 진정한 어린양이요 예배자로 대해 주기를 바란다.

백성훈 목사(<팀사역의 원리> 저자, 김포 이름없는교회)